
줄거리
2002년에 방영된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는 제목처럼 사회의 규칙과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려는 청춘의 초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권력이나 재력과는 거리가 먼 두 젊은이, 고복수와 백인경을 통해 전개됩니다.
고복수(양동근 분)는 이름처럼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인생을 살아온 청춘입니다. 가진 것도, 뚜렷한 미래도 없지만 세상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면서 크게 흔들립니다. 불치병 판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는 복수의 일상을 뒤흔들었고, 그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더 자기답게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백인경(이나영 분)을 만나게 됩니다. 인경은 사회적으로는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인물이지만, 정작 마음속에는 늘 공허함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입니다. 복수와 인경은 서로의 다름에 끌리면서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데, 바로 이 미묘한 거리감이 드라마 전반의 긴장과 설렘을 이끌어갑니다.
복수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인경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인경은 복수의 진솔한 태도를 보며 진짜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세상의 시선과 조건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복수의 병세는 악화됩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애틋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이별로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단순히 죽음의 슬픔을 강조하지 않고, 사랑과 자유, 청춘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묻는 울림을 남깁니다.
등장인물
고복수(양동근): 주인공으로, 불치병을 선고받은 청춘입니다. 가난하고 불운하지만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자기다운 인생을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복수의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은 감정 표현은 드라마의 매력을 이끄는 핵심입니다.
백인경(이나영): 또 다른 주인공으로, 겉보기에는 부족할 것 없는 여성입니다. 하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복수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되며, 그와 함께하며 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강민희(홍은희): 복수의 곁에서 늘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복수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그의 마음이 인경에게 향하면서 미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합니다. 이 인물은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며 현실적인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조영재(공형진): 드라마에서 갈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입니다. 인경을 둘러싼 관계 속에서 경쟁자이자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그 외에도 복수와 인경을 둘러싼 가족과 지인들이 등장하며, 인물들의 관계와 선택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관람 포인트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드라마 특유의 대사와 분위기입니다. 네 멋대로 해라는 당시 한국 드라마에서 흔치 않던 자유분방한 감성과 실험적인 연출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고복수의 직설적이고 때로는 엉뚱한 대사들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으며,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한 리얼리티가 강하게 전달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양동근은 고복수라는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유쾌함과 비극을 동시에 소화하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인물이 지닌 양면성을 탁월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나영 역시 백인경 역으로 사랑받았는데, 특유의 담백한 연기와 신비로운 매력이 인경 캐릭터에 잘 어울려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세 번째는 드라마가 전달하는 메시지입니다. 네 멋대로 해라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복수의 시한부 설정은 죽음을 앞둔 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시선을 삶의 가치와 자유로 확장시킵니다. 인경과 복수의 관계는 사랑의 본질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까지 돌아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음악과 연출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과 감각적인 장면 전환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도였으며, 드라마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지금 다시 보아도 세련된 연출 덕분에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